JISEON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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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Naming Its 네 이름을 묻지 않아

(2023)

'Before Naming Its 네 이름을 묻지 않아'(2023, self published)는 포커싱(Focusing)을 통해 몸의 감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책이다. 포커싱은 Eugene Gendlin가 만든 심리치료 방법론으로, 몸의 감각을 통해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는 심리적 접근법이다. 포커싱을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눈을 감고,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 몸 안의 느낌 중 애매하거나 해결되지 않는 감각을 언어로 묘사하고, 때로는 그것과 대화를 시도한다. 포커싱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보통은 이 과정을 함께 해주는 안내자로서의 파트너가 있다. 파트너는 '어떤 모양인가요?', '어떤 색깔인가요?', '어떤 말을 하고 싶나요?' 등의 질문을 던지며 포커싱의 과정을 돕는다. 나는 몸 안에 해결되지 않고 '애매한' 감각들을 그림을 통해 이해하고 번역하려는 시도를 해오다 포커싱 방법론을 알게 되었다. 무의식에 엉켜있는 요소를 건져올리는 시도였던 그간의 드로잉의 요소를 활용해 포커싱으로 감각한 몸의 내용을 그리고, 글로도 기록하였다. 그리고 그 글과 그림을 짝지어 책으로 엮었다.
Detail 1
Installation view, Before Naming Its 네 이름을 묻지 않아, 2023.
Detail 2
Before Naming Its 네 이름을 묻지 않아, 2023.
Detail 3
Installation view, Installation view, Before Naming Its 네 이름을 묻지 않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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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예쁘고 발랄했다. 막 싹을 틔운 아보카도 씨앗의 모양이었다. 만들만들하고 보드라우며 너무 가볍지도 묵직하지도 않아 딱 알맞게 경쾌한. 속을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아마 그것은 작은 공간을 품은 아주 단단하고 두툼한 껍질일 것. 가슴 중심에서 살짝 비껴 난 곳—오른 가슴이 둥글게 오르기 시작하는—그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어린애의 웃음소리처럼 신나서 몸을 흔들흔들 흔들고 재잘댄다.
나는 그것을 부수어야 하나 생각했다.
"그래도 괜찮아." 그것은 말했다.
자신의 운명같은 건 지금 이 유쾌한 행복에 비해 중요한 것이 아닌 듯 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슬펐는데, 그것은 슬퍼하지 않았다. 슬픔이 느껴지는 곳으로갔다.
둥글고 납작하고 커다란 그것을 다시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뱃속에서 살고 있었다. 저번에는 온 가슴을 차지하고 있었고 이번엔 온 배를 다 차지하고 있었다. 저번에는 강철로 된 것 같았는데 오늘은 셰일 같은 돌이었다. 그것의 존재를 느끼자마자 나는 서럽고 슬퍼 눈물이 났다. 그러나 그것은 무엇에 대해서도 시큰둥했다. 이러나 저러나 상관없고 너가 오던지 말던지. 그리고 그것은 자기를 부숴주길 바랬다. 나는 어떻게 부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곧바로 그것의 한가운데로 풀썩 뛰어 앉았다. 그러자 그것은 자기를 부숴주기를 바라는지도 잊어버린 눈치였다. 나는 방법을 알 수 없어 조금 무력했다. 그래서 그것의 가장자리를 손으로 더듬어 모양과 질감을 살폈다. 예쁘다. 더듬다 보니 슬픔은 줄어들고 흥미가 고개를 들었다. 단단하고 따뜻한 가장자리를 더듬으며 절대 나를 해치지는 않을 것이란 그것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몸의 경계까지 제 모습을 한껏 부풀려 놓고도 나의 살을 뚫고 나갈 생각은 없었다. 주어진 공간 만큼을 차지하고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고마웠다. 그것은 오늘은 가라고 말했다. 나는 그것에게 너에 앉게 해줘서 고맙고 또 만나자고 인사했다. 그것은 내가 떠나려 하자 춤을 추듯 움직이며 모양을 바꾸었다. 모양은 돌로 만들어진 열쇠 모양으로 바뀌었고 크기도 조금 줄어들었다. 자신도 이 만남이 싫지 않았다는 의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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